한동안 책도 읽지 않고, 카페도 안 들어오다가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 하면서 다시 카페에 들어왔을 때 어우동 소개 글을 보게 되었고 곰돌이 푸 부터 읽고 있습니다.
완독보고를 올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용기내어 봅니다.
정여울의 문학멘토링이라는 글에서 보면 피터팬은 환상을 대표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어릴 적 피터팬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가지고 비룡소 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피터팬에서 환상을 느끼기에는 너무 나이들어버린 제게는 피터팬 보다는 달링씨와 후크선장의 모습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 하지만 그는 이웃들이 개를 유모로 두었다고 수군거릴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회적 신분이라는 것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네버랜드로 가지 못하는 어른의 대표격인 달링씨를 현실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묘사합니다. 지금의 저도 달링씨와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달링씨처럼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이 나쁜가? 무조건 환상의 나라 네버랜드로 날아가버리는 것만이 좋은가?에 대한 의구심도 가지게 되었구요. 저는 그래서 네버랜드로 날아가지 못하나 봅니다.
#2. 그들은 밤마다 그렇게 망연히 앉아 그 밤의 모든 일이 각인되어 거의 두뇌의 깊은 골이 파일 때까지 그 운명의 금요일을 회상했다.
- 얼마나 각인되었으면 두뇌의 깊은 골까지 파였을까요? 여기에서도 현실의 어른들이 말이나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있을 때 잘했어야 하는데, 후회막심.. 하지만 아이들이 돌아와도 크게 달라지지는 못합니다.
#3. 후크는 종종 고요한 밤이면 해적선 위에서 자기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기분을 느끼곤 했다. 사실 그는 몹시 외로웠다. 아무리 해적신분으로 전락했다 해도, 후크는 여전히 품격을 생명처럼 여겼다.
- 네버랜드로 간 어른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외로움을 느끼지요. 현실에서도 쉽지 않지만 환상의 네버랜드에서도 쉽지 않네요. 후크가 좋은 인물은 아니지만 안쓰러움이 느껴졌습니다. 도대체 왜 후크는 네버랜드에 가서까지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가! 네버랜드에 갔으면 즐길 것이지!! 결국 생명처럼 여기는 품격도 떨어뜨리게 되는 후크. 안타까워요.
#4. 나는 젊음이요 기쁨이다. 나는 알을 깨고 나온 작은 새다.
-피터팬은 젊음이고 기쁨이라는 말에서, 후크와 달링씨는 늙음과 외로움이다 라는 말로 바꾸어 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에 찌들고 굳어져버려 바꾸기 어려운 모습들. 그래도 이런 어른들이 있기에 현실 세계도 굴러갈 수 있지 않을까요? 피터팬과 같은 환상만 있다면 현실은 없어지지 않을까요.
쓰고보니 어른들의 대변인같네요. 첫 완독보고를 이렇게 쓰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너무 세상에 찌들었나봅니다. 이 글도 세번째 쓰고 지우고 해봅니다. 과연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허허